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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 '모델 3'에서 "자동차라는 공간"을 새로이 정의하다.

테슬라 '모델 3'에서 "자동차라는 공간"을 새로이 정의하다.

 

올해 한국에 수입된 테슬라의 전기자동차는 총 4,075대라고 하네요.
지금까지 수입된 전기차의 대부분을 차지할 정도로 한국에서도 인기를 이어가고 있는 테슬라.
주력으로 시장에 출시되었던 '모델 S', '모델 X'에 이어서 시장 점유율을 늘려갈 저가형 '모델 3'에 대해 살펴보았습니다.

 

 


 

아날로그 조작이 가능한 것은,  스티어링과 페달과 방향지시등 정도?

솔직히, 테슬라가 자동차를 만드는 스타일은 좋아하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갑자기 자동차 업계에 들어와서는, 전기자동차를 만들겠다던지, 자율주행차를 만들겠다고 선언하는 회사라니.
일론 머스크의 대담한 발언이나 행동, 능력에 동경을 품은 사람도 있겠지만, 자동차를 좋아하는 한 사람으로서 
"자동차는 그렇게 쉽게 볼 상대가 아닐 텐데.."라고 생각했고, "너무 혁신적이기만 한 자동차 제조가 이제까지 유지되어 온
자동차에 대한 이미지를 파괴하는 것은 아닐까?" 하고 덜컥 무서운 기분이 들었는지도 모른다.

지금까지 1000 만 엔(한화 1억 원) 대였던 '모델 S'나 '모델 X'와 비교하면 테슬라의 라인업 중에서 '모델 3'은 500만 엔(한화 5천만 원)
대에서 살 수있는 저렴한 모델이라 할 수 있겠다. '엔진은 탑재되어 있지 않습니다!'라고 한눈에 알아볼 수 있도록 차 앞쪽에는 그릴이
없는 반질반질한 프런트 마스크를 자랑하거나 '모델 X'의 윗 방향으로 날개를 펼치듯 열리는 팔콘 윙 등 지금까지 꽤 특이한 자동차라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모델 3'은 상대적으로 평범한 익스테리어라는 인상을 받았다.

하지만, 차 안으로 들어가 보면 놀라게 된다. 심플하다고 해야 하나, 그 개념을 벗어나 있는 특이함. "뭐지? 진짜 차가 아니고 전시용
목업(mock-up) 차량인가?" 싶을 정도로 차 안에서 보이는 인테리어는 심플하다. 핸들과 페달 주변의 부품들만 눈에 띌 뿐,
운전석에 앉아 보면, 클러스터는 보이지 않고, 변속 레버도 없고 에어컨의 송풍구조차 보이지 않는다. 아니 없다.

물론 에어컨이나, 클러스터 등을 조작하기 위한 스위치도 일절 장착되어 있지 않다. 인간이 아날로그 방식으로 조작할 수 있는 것은
스티어링 휠과 페달과 방향지시등 정도일 것이다. 대신 칵핏 중간에 엄청 큰 iPad 같은 액정 터치 패널이 있고, 이 터치패널을 통해
차량 내, 외부의 모든 기능을 조작 가능한 듯 보인다. 

 


 

"장난감 상자"를 열어 보면 ...?

주행을 시작해 보면, 방대한 마력이 모터에서 순간에 뿜어져 나와, 날아갈 듯 한 가속도에 깜짝 놀라게 된다.
하지만 이내 익숙해지게 된다. 최근 들어 전기자동차나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자동차를 탈 기회가 늘어나서,
"모터로 즐기는 가속도 신선하네!"라는 느낌이 옅게 스며들어 왔다.

운전하는 동안에는 시트가 조금 딱딱하거나, 꺼끌꺼끌한 듯 느껴지는 것이 신경 쓰이고, 핸들링은 꽤 반응이 좋다고는 하나
다른 고급 승용차 라인업과 비교한다면, 역시나 부족한 부분이 느껴진다. 하지만 잠시 후 "이렇게 평가받아야 할 자동차인 걸까?"라고
스스로에게 되묻게 되었다.

터치 패널을 만지며 이런저런 조작을 하고 있다 보니, 역시나 이제까지 타 왔던 자동차와는 전혀 다른 재미가 느껴졌다.
동승하고 있던 사람은 "처음 iPhone을 언박싱하고, 전원이 들어왔을 때의 기분이다."라고 했지만 듣고 보니 기분이 묘하다.

패널을 조작하는 중에 "장난감 상자"라는 아이콘을 발견했다. 뭘까 궁금해서 아이콘을 터치 해 보니, '배기음을 내는 음향이 재생되는 버튼'기능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 아이콘을 누르면 운전자가 버튼 터치 한 번으로 요란 법석하게 배기음을 온 사방에 울리는 듯 한 효과를 낼 수 있는 대용품으로서의 기능이었던 것이다. (게다가 이 배기음은, 선택 가능한 몇 가지 음향이 더 포함되어 있었다!)

이런 쓸모없어 보이는 기능으로 다 큰 어른 둘이서 껄껄대며 웃고 즐기고 있다. 왠지 미간에 주름이 잡힌 채로 이 차를 철저히 분석하고 평가해주겠어! 하는 마음가짐이 사라지고, 자동차 is 뭔들? 스러운 기분이 되어 버렸다. 그 외에도 이런저런 작은 기능들이 있었지만, 자동차로서도 문제없이, 제대로 달리는 기능에도 충실함에 틀림이 없다고 느껴졌다.

 


 

기타 줄의 소리가 라이브처럼 들리는 오디오

돌아오는 고속도로에서는 정체가 이어지고 있었다. 이에, 오토 파일럿 기능을 활성화하였다. 핸들이 안정적으로 고정되며,
자동차가 드라이버로부터 운전을 잘 인계받았다는 것이 분명히 느껴진다. 평소에는 스포츠카를 즐겨 타고 운전을 좋아하는 나인데도
역시나 이런 정체를 만났을 때는 오토 파일럿 기능만큼 좋은 것이 없다고 느낀다. 차선의 한가운데를 잘 인식하며 달려주는 것은 물론 액셀과 브레이크의 조작도 정확하고 스무스해서 안심하고 운전을 맡겨둘 수 있다.

문득, 동승자가 오디오를 켰다. 에릭 클랩튼의 "Unplugged"가 자동차 안을 꽉 메우듯이 흘러나온다. '모델 3'은 전면 창을 따라
곡선형으로 스피커가 설치되어 있는 덕분인지, 홈 시어터처럼 눈앞에서 라이브를 듣고 있는 것처럼 기타 줄 하나하나를 튕기는
소리까지 들려온다. 에릭 클랩튼의 노래를 제대로 듣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지만, 석양이 마침 지고 있는 장면을 차량 프런트 글라스
너머로 바라보며 'Tears In Heaven '을 듣고 있자니, 나도 모르게 눈 끝에 눈물이 핑- 고여버렸다.

어느새 정체도 잊어버리고, '모델 3'안에 흐르는 시간에 몸을 맡기고 있었다. "자동차라는 공간에서 보내는 시간은, 특별하고 편안하며
생각에 잠기거나, 고뇌에 빠지거나, 그 고민이 해결되거나...... 자신에게 있어 소중한 시간이구나."라고 절실히 느낀다. '모델 3'은
자동차의 성능이 이렇다 저렇다고 따지는 것 보다 자동차에서 보내는 시간을 풍요롭게 해 준다는 데에 있어 매우 훌륭한 자동차이다. 자동차가 전기로 움직인다거나 자율주행차가 된다고 해서 "전철이랑 다를 게 없네."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이건 자동차이고, 절대 전철과 같이 볼 수는 없겠다"라고 생각한다. 자동차에서 보내는 시간의 쾌적함을 오토 파일럿 기능으로
주행 중인 '모델 3' 안에서 다시 알게 된 이상한 기분이었다.

'모델 3'에서 내려 동승자와 헤어지고, 다지 퇴근길의 만원 전철에 내 몸을 구겨 넣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문득 차에서 들었던 생각이 나서,  "Unplugged"를 들어 보았지만, '모델 3'에서 느꼈던 그 기분이 사라져 버릴 것 같아
바로 재생을 멈춰버렸다.

 


 

한국에서는 몇몇 연예인 분들이 방송에서 테슬라의 차량을 운전하시는 모습도 비치고 있습니다.
간접적으로 차체 내부를 살펴보았을 때, 정말 대부분의 조작을 터치패널 하나로만 하게 된다고 생각하면
너무 큰 차이와 위화감에 쉽게 익숙해지기 어렵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하지만, 심플하게 모든 조작 기능을 한 곳에 모아둔 것이 더 편하다고 느낄 때가 곧 오겠지요.
환경을 위해서도, 인류를 위해서도 보다 합리적인 가격에 안전한 자율주행을 보장하는 전기차들이
더 많이 널리 보급되었으면 합니다.